[이갑수의 일생의 일상]호주머니 속의 송곳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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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나온 고등학교의 상징은 벌이다. 부지런한 꿀벌은 슬퍼할 겨를이 없다는 말은 그때부터 머리에 꽉 박힌 경구다. 일생을 통틀어 하고 싶은 일 하나는 분명히 가지자는 말은 이웃사촌이다. 어쩌면 우리가 산다는 건 그것에 바쳐져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망외의 그 어떤 성취를 이루더라도 그게 없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그것.
이런 경우도 있다. 어느 청년이 ‘문학, 목매달고 죽어도 좋은 나무’에 한번 씌고 나면 설령 그리로부터 멀어진다 하더라도 호주머니 속에 송곳 하나를 평생 간직하게 된다. 하여 그 송곳이 삐죽이 솟아나서 걸을 때마다 허벅지를 찌른다. 그러다가 종내에는 그곳이 피로 붉게 젖는 느낌.
색다른 송곳도 있다. 육중한 체구의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에게 의외로 무대 공포증이 있었다. 항상 손에 흰 손수건을 들고 노래를 불렀지만 호주머니 속에는 송곳(정확히는 동그랗게 휜 못)도 지녔다고 한다. 마음이 흔들릴 때, 고음 처리할 때 슬쩍 가수를 도운 송곳.
우리보다 추운 곳에 살아서 그런가. 북한에서 남으로 발사하는 말들은 싸늘하기 그지없다. 백두산과 묘향산, 압록강과 두만강의 그윽한 산천경개는 물론 개마고원의 수려한 꽃들의 영향을 입었을 텐데 아무리 정치적인 언사라 하더라도 구사하는 단어들이 너무 살벌하다. 그나마 조금 문학적인 한 구절이 있어 여기에 소환해 본다. “아무리 악취 풍기는 대결 본심을 평화의 꽃보자기로 감싼다고 해도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김여정의 말)
요즘 일기예보는 자로 잰 듯, 송곳처럼 정확하다. 시간대까지 얼추 지정해준다. 자유로를 달려 출근하는데 행주산성 너머 북쪽에 먹구름이 잔뜩 대기하고 있었다. 얼마나 저 구름은 공중에서 내리고 싶었겠는가. 곧 송곳처럼 뿌리겠군, 가양대교를 지날 무렵 빗방울이 차창을 때리더니 실제로 비가 굵고 짧게 내렸다. 호랑이 장가가듯 한바탕 후련한 소나기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9월 한 달을 ‘스포츠 폭력행위 특별 신고·상담 기간’으로 지정하고 체육계 폭력·성폭력 행위 근절을 위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추진한다고 28일 밝혔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등과 함께 폭력 행위자의 체육계 진입 차단, 폭력행위 무관용 처벌, 외부 감시 체계 강화, 체육계 자정 캠페인, 피해자 지원 확대 등의 조치를 추진할 예정이다.
우선 폭력 행위 이력자들에 의한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범죄·징계 이력자 감시망을 강화하고, 이들의 체육계 재진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스포츠윤리센터와 대한체육회 간에 징계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각종 대회 출전을 위해 필요한 대한체육회 경기인 등록 절차에서 범죄·징계 이력자 등록을 불허할 계획이다.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은 선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한 지도자에게 자격 취소 또는 5년 이하 범위에서 자격 정지를 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앞으로 자격 취소를 원칙으로 한다.
해당 체육단체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미흡한 징계를 내리면 스포츠윤리센터가 재징계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재징계 요구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문체부가 재정지원 중단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스포츠윤리센터 조사권과 문체부 조치 권한을 대폭 강화한다.
외부 감시 체계도 강화해 스포츠윤리센터에 인권보호관을 상시 배치, 전국 학교 운동부 3989곳과 실업팀 847개, 전국 규모의 대회 등 현장을 주기적으로 감시한다. 피해자 보호와 관련해서는 학생 선수 맞춤형 폭력 피해 대응 지침을 제작, 배포하고, 2026년부터 피해자에 대한 의료, 상담, 법률 등 지원을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은 “단 한 번의 폭력도 용납되지 않는 문화가 체육계에 확고히 자리 잡도록 체육계와 힘을 모아 관련 조치들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내년도 국가채무가 1400조원을 넘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선다. 정부가 총지출을 8.1% 늘리면서 나랏빚 규모도 빠르게 불어나는 것이다. 경기 부양과 과학기술 지원 등을 위해 확장 재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미래 세대 부담을 덜기 위한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획재정부는 29일 공개한 ‘2026년도 예산안’에서 내년 총수입을 올해보다 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으로, 총지출은 8.1% 늘린 728조원으로 책정했다. 총지출 증가율이 8%대에 이른 것은 코로나19 충격 극복을 위해 재정을 풀었던 2022년 예산안(2021년 발표) 이후 4년 만이다.
총수입보다 총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1.6%로 올해보다 3.5%포인트 오른다. 내년 국가채무는 1415조2000억원으로 처음으로 1400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예산(1273조3000억원, 2회 추가경정예산 제외)보다 141조8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내년 53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GDP 대비 2% 적자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GDP 대비 4.0%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2.8% 적자에서 1.2%포인트 악화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사회보장성기금 수지를 뺀 지표다.
정부는 지출을 크게 늘린 이유로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선도국가 도약의 마지막 골든타임”이라며 “초혁신 선도경제로 대혁신을 위해 재정의 적극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7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 일부를 되돌렸지만, 재정건전성 악화는 피하기 어려웠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윤석열 정부 감세 정책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5년간 최소 80조원의 세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올해 세법 개정으로 추가로 확보할 수 있는 세금은 5년간 35조6000억원에 그친다.
기재부는 이재명 정부 임기 말까지 국가채무 비율을 GDP 대비 60% 안에서 관리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올해 49.1%에서 내년 51.6%, 2027년 53.8%, 2028년 56.2%로 늘어나 2029년엔 58%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2027년 예산안부터 지출 증가율을 5% 안팎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재정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국가채무가 늘면 국채이자 부담도 커지기에 적정 수준의 증세 논의가 필요하다”며 “윤석열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화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으로는 보편 증세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세할 수 있는 여력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조세부담률은 19.0%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3%보다 6.3%포인트 낮다. 국민 소득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조세부담률은 2022년 22.1%였으나 전 정부 감세 정책 여파로 2023년 19.0%, 지난해엔 17.7%로 하락했다. OECD 회원국 37개국 중 한국의 조세부담률 순위는 2022년 24위에서 2023년 31위로 낮아졌다.
한국인 ‘미 불신’ 30%로 상승‘일 호감’은 52%로 첫 과반일본인 절반이 “한국 싫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한국, 일본의 미국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한국의 대일본 호감도는 올랐지만, 일본의 대한국 호감도는 떨어졌다.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 일본 아시아-태평양 이니셔티브(API), 미국 한미경제연구소(KEI)는 ‘제1회 한·미·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및 제12회 한·일 국민상호인식 조사’ 결과를 28일 발표했다. 3개국 기관의 조사 시점은 각각 8월 중순 전후로 이재명 대통령의 방일·방미 전이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이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가’라는 물음에 한국 응답자의 30.2%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지난해 EAI가 별도로 진행한 여론조사(18.2%)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일본 응답자의 44.7%는 미·일관계 미래가 ‘부정적’이라고 답해 ‘긍정적’(23.6%)을 앞질렀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인상이 한국(73.1%)과 일본(70.1%) 모두 높았다. 고율의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한국 80.9%, 일본 76.5%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대규모 대미투자를 약속한 ‘한·미 관세 합의’에 대해서는 한국 응답자의 55.6%가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중국에 대한 위협감은 커졌다. ‘중국이 군사적 위협이다’라고 답한 한국 응답자는 73%, 일본 68.7%, 미국은 58.6%였다. ‘한·미 동맹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는 등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물음에 대해 한국 응답자의 56.1%가 동의했다. ‘한·미·일 군사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한국은 78.8%, 일본은 51.7%였다.
한·일의 상호인식은 엇갈렸다. 2013년부터 진행된 EAI 조사에서 한국의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올해 처음 절반을 넘어 52.4%였다. 반면 일본은 2015년(52.4%) 이후 10년 만에 한국에 대한 ‘비호감’(51%)이 절반을 넘었다. 일본 조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호감’은 10.5%, ‘비호감’ 39.2%였다. 손열 EAI 원장은 “이 대통령과 진보정권에 대한 일본인들의 이미지가 바뀌지 않았고, 계엄·탄핵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반영된 영향으로 보인다”고 했다.
양극화 경향도 나타났다. ‘진보’라고 밝힌 응답자 중 51.1%가 일본이 ‘비호감’이지만,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는 22.7%가 ‘비호감’이라고 답했다. 보수라고 밝힌 20대 남성의 89.9%는 일본을 ‘호감’이라고 답했지만, 진보라고 밝힌 30대 여성은 40.4%만 ‘호감’이라고 답했다.
이번 조사는 한국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8~20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58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일본과 미국 조사는 각각 API와 YouGov가 진행했다. 일본은 지난 19~20일 만 12세 이상 1037명, 미국은 8~19일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금융당국이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중대한 회계부정을 저지른 개인에게 부과하는 과징금을 2.5배까지 올리고, 회사에 대한 과징금도 1.5배까지 상향조정한다. 실질적으로 분식회계에 가담한 전 경영진이나 계열사 임직원도 징계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보완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27일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부정에 금전적 제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회계부정 제재 강화방안’을 의결했다.
당국은 향후 감사자료 위·변조, 은폐·조작 등 시장 신뢰를 훼손하는 고의적인 분식회계에 대해서는 횡령·배임, 불공정거래 연관 사건과 동일한 최고 수준으로 과징금을 상향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위반금액이 300억원일 경우, 현재는 45억원 가량이 부과되지만 향후에는 60억원까지 늘어난다.
회계부정의 지속 기간에 따라서도 과징금을 가중한다. 중과실 회계위반의 경우, 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초과 연수당 20%씩 가중해 적용한다. 고의적인 회계위반이라면 1년을 초과할 때 초과 연수당 과징금을 30%씩 높일 계획이다. 4년간 고의적인 회계위반이 지속됐고 첫 해에 60억의 과징금이 산출됐다면, 총 과징금은 114억까지 늘어나게 된다.
계열사 직원 등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그간 회계부정 과징금은 그 회사로부터 직접 받은 보상을 기준으로 산정해 계열사 임원 등이 분식회계를 주도했어도 해당 회사에서 직접 보수를 받지 않았다면 과징금을 부과하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횡령·배임액 등 분식회계 이후 계열사에서 보수 등을 받았다면 경제적 이익으로 간주,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감경사유 적용도 개선한다. 과징금 감경 사유가 이전 경영진에게 적용되지 않도록 배제할 방침이다.
고의적 분식회계에 가담한 회사 관계자에 대한 과징금 한도도 높일 예정이다. 현재 가담자 개인에 대한 과징금은 법위반 동기와 금액 등을 기초로 산출하는데, 법률상 부과한도가 ‘회사 부과 과징금의 10%’ 가량으로 낮게 잡혀있다. 당국은 한도를 2배 가량 올릴 예정이다.
당국은 이같은 제도 개선으로 과징금 수준이 대폭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3년간 조치 사례를 기준으로 계산한 결과, 회사 과징금은 약 1.5배, 개인 과징금은 2.5배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회계투명성 확보를 위해 시행되는 내부감시나 외부감사, 당국의 회계심사·감리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고의 분식회계에 대한 조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대표이사 및 담당 임원에 대한 해임 권고, 관련 임원에 대한 6개월의 직무정지, 회사 및 임직원 고발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 사항은 내년 상반기 시행이 목표다. 권대영 증선위원장은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재무제표 허위공시 등 회계부정 범죄는 경제적 유인을 박탈하는 수준까지 과징금을 부과하여 엄정하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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