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전남친의 교제폭력…의심한 한국, 보호한 미군 [플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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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는 미국 국적의 공군 A씨(34)와 2023년 7월 말 무렵부터 사귀게 됐다. 교제를 시작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났다. 김씨는 “술을 마시고 자던 도중에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깼더니, 상대방이 내 옷을 모두 벗겨 성폭행하고 있는 상태였다”며 “이후 질염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갔더니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등 성병에 감염됐다고 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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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교제 관계, 모호해서 처벌 불가? 해외에선 ‘이렇게’ 한다
큰 충격을 받은 김씨는 이별을 고했지만, A씨는 “미안하다. 제발 얼굴만 한번 보자” “병원비를 전부 책임지겠다”며 붙잡았다. 김씨는 “대학생이라 검사와 치료 비용이 부담스러웠고, 부모님께 이런 내용을 털어놓기엔 죄책감이 너무 컸다”며 “연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충격이 커서 누구에게도 도움을 구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김씨가 지난해 9월 고소하기 전까지, A씨는 수차례 상대방 의사에 반한 성관계를 했고 김씨의 뺨을 때리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일도 잦았다. 사회적, 경제적으로 고립된 김씨는 계속 A씨와 관계를 이어나갈 수밖에 없었다. 스킨십을 받아주지 않으면 목을 조르는 일까지 벌어졌다.
1년이 지난 뒤에 겨우 A씨를 고소했는데 한국 수사기관은 끊임없이 김씨를 의심했다. 김씨는 전문가 의견을 포함한 정신과 진단서, 성병 감염 내역, 폐쇄병동 입원 기록 등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준강간치상에 대해서는 ‘혐의없음’으로 처리했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은 불기소 이유 통지서에서 “성병 감염 시기나 경로를 객관적으로 특정하기 어려우며, 잠복기 등을 고려하면 이전에 감염됐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씨가 A에게 콘돔이라도 써달라고 말한 것을 들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고소인의 진술 내용 전반을 그대로 신빙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씨는 “검찰에서는 ‘강간당했다면서 왜 계속 상대방과 만났나’ ‘성병에 왜 그렇게 예민하냐’ 같은 질문을 했다”며 “피해자라면 ‘이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조사가 아니라 추궁같았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씨를 보호한 건 미군이었다. 한국 수사기관에서는 “접근금지 보호조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스마트워치만 1달 정도 지급하는 데 그쳤는데, 미 공군 특별수사국(AFOSI)은 A씨에게 즉시 접근 금지 조처를 했다.
사건 당일은 물론 관계 전후 사정을 진술하는 과정, 질문의 내용, 피해의 심각성을 판단하는 잣대도 달랐다. 미 국방성 이름으로 나온 ‘범죄 피해자 및 참고인(증인)을 위한 군사재판 정보 안내’ 자료에는 피해자의 권리, 위협받을 때의 대처 방법, 법률지원 내용이 상세히 나와 있었다. 수사관은 김씨 진술을 들으면서 “A의 주변인에 대해서도 아는 대로 알려달라”고 했다. 데이트폭력과 성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패턴이 있어서, 김씨와의 관계뿐 아니라 이전의 행적과 평소 행실을 되짚어 추가 피해가 없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김씨가 “목이 졸렸다”고 진술하자, ‘목졸림’에 대한 항목만 수십가지 쓰인 평가지를 작성하게 했다. 어떻게 목이 졸렸는지, 지속 시간이나 강도는 어땠는지, 이후 증상은 어땠는지 등을 하나하나 적었다. 한국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경험하지 못한 절차였다.
[플랫]‘강간 당하지 않기 위해’ 피해자가 얼마나 사력을 다했는지 묻는 현행 ‘강간죄’
김씨는 “미군에서 17시간 가까이 조사를 받으면서 한 번도 ‘피해자다움’을 요구받은 적이 없다. 오히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물어봐서 정말 이 사건에 관심이 있구나 느꼈다”며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전형적인 심리적 반응과 행동 패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조사 과정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이 아닌 타국에서 더 보호받고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인 사이에서 폭력을 한번 당하면 그 자체로 매우 혼란스러워 판단 능력이 망가져 제대로 된 결정과 신고에 이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그렇기에 더더욱 교제폭력을 연인과의 ‘단순 다툼’으로 보면 안되는데, 한국 수사기관에선 계속 2차 가해를 당하기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A씨를 특수상해와 폭행 혐의만으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 관계자는 준강간치상 혐의를 제외한 데 대해 “피의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이라 상세히 밝힐 수 없다”면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할 경우 재항고나 법원 재정신청 등 절차를 밟으면 된다”고만 말했다.
A씨에 대한 첫 공판은 수원지법 평택지원에서 26일 열린다.
▼ 김정화 기자 clean@khan.kr
해킹 사고로 약 23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를 탈취당한 SK텔레콤에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13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사태의 중대성을 고려하면 매출의 1%밖에 되지 않는 과징금은 ‘솜방망이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유감을 표한 SK텔레콤은 행정소송에 나설지 저울질 중이다.
개인정보위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과징금 규모는 개인정보위가 2020년 출범한 이후 가장 크다.
개인정보위가 지난 3개월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SK텔레콤이 해킹 사고로 탈취당한 개인정보는 LTE·5G 서비스 전체 이용자 2324만4649명(알뜰폰 포함)의 정보 25종이다. 휴대전화번호, 가입자식별번호(IMSI), 유심인증키(Ki·OPc) 등이 포함돼 있다.
조사 결과, SK텔레콤의 보안은 “꽤 오랜 기간 전반적으로 허술한 상태”(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사진)였다.
SK텔레콤의 내부 관리망과 핵심망인 가입자 접속 인증시스템(HSS)마저도 인터넷으로 접속이 가능했다. 게다가 HSS에선 비밀번호 입력 등 별도 인증 절차 없이 개인정보 조회가 가능했다. 이에 해커는 2021~2022년 관리망에 악성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올해 4월엔 HSS 내 개인정보를 추출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은 또한 당시 운영체제가 보안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보안 업데이트를 하지 않았고, 백신 프로그램도 설치하지 않았다.
가입자 인증에 필수적인 ‘유심 인증키’ 2614만4363건도 암호화하지 않았다. 반면 LG유플러스는 2011년, KT는 2014년부터 유심 인증키를 암호화해 관리하고 있다.
보안이 헐거웠어도 해킹 사고를 막을 기회는 있었다. SK텔레콤은 3년 전 해커가 HSS에 접속한 사실을 확인했는데도 악성프로그램 설치 여부 등을 확인하지 않았다.
나아가 개인정보위는 보안을 경시하는 조직 체계도 문제로 지적했다. SK텔레콤의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의 역할은 웹·앱 서비스 등 정보기술(IT) 영역에만 국한돼 있었다.
개인정보위는 SK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통지 지연도 질타했다. SK텔레콤은 4월19일 해킹을 인지했으나 5월9일 “유출 가능성”을 통지했고 “유출 확정”을 공식적으로 알린 건 3개월이 지난 7월28일이었다. “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이 개인정보위 판단이다.
개인정보위가 SK텔레콤에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한 이유는 “매우 중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고학수 위원장은 “유출 사고 자체도 중대했지만 이 회사의 보안이 오랫동안 취약한 상태였다는 점도 중대성 판단을 할 때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개인정보위로부터 거액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기업은 구글(692억원)과 메타(308억원)가 꼽힌다. 두 기업은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해 2022년 9월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소송 중이다.
SK텔레콤 역시 행정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거론된다. SK텔레콤은 이날 “당사 조치 등을 소명했음에도 결과에 반영되지 않아 유감”이라며 “향후 의결서 수령 후 내용을 면밀히 검토해 입장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과징금 규모가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상 과징금은 관련 매출액의 3% 이내에서 부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대 3700억원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이번 과징금은 SK텔레콤 매출액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사안의 중대성과 SK텔레콤의 악의적인 후속조치를 감안하면 매우 적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과징금과 별개로 집단분쟁조정 절차가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SK텔레콤을 상대로 개인정보위에 접수된 집단분쟁조정 신청은 3건, 참가자는 2025명이다. 집단분쟁조정은 다수에게 동일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신속하게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조정이 성립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을 갖지만, 성립되지 않으면 당사자들은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피스 메이커 하시면 난 페이스 메이커”…트럼프 “북과 대화할 것”조선업 협력 의지 재확인…국방비 증액 등 ‘동맹 현대화’도 접점첫 만남서 호감 끌어내 성과…구체적 합의는 없어 실무협상 과제
이재명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한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협상에 대한 미국의 추가 청구서가 없었고, 협상 지렛대였던 조선업 협력에 대한 양국 의지는 재확인됐다. 북·미 대화 재개의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눈에 띄는 내용이다. 특히 첫 대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호감을 끌어내며 신뢰를 형성한 점이 최대 성과로 보인다.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통상 문제를 두고 돌발적인 요구를 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한국이 협상에 일부 문제를 제기했지만 원래 합의한 대로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또한 농축산물 개방을 두고 직접적인 논의가 없었다고 전했다.
반면 양국 정상은 조선업 협력 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에서 조선 분야뿐 아니라 제조업 분야에서 르네상스가 이뤄지고 있고, 그 과정에 대한민국도 함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한국과 협력을 통해 미국에서 선박이 다시 건조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이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이슈를 제기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문제 관여 의지를 끌어냈다.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께서 피스 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 메이커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도 만나달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대화를 가질 것”이라며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은 올바르고 효과적”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북·미 정상 간의 만남 가능성까지 열어뒀다.
양국 정상은 동맹 현대화에도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 대통령이 먼저 국방비 증액 의사를 밝혀 미국 측의 좋은 반응을 받았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이나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직접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미 싱크탱크 초청 연설 후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중시)에 대해 “이제 취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밝히면서 친중 이미지를 불식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장 큰 성과는 양 정상이 신뢰를 형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회담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는 SNS 글로 회담 전망이 어두웠지만 140분간 회담하며 극적 반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당신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며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추어올렸다. 이 대통령은 회담 후 SNS에 “한·미 동맹 현대화와 북핵 문제 해결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있어 큰 진전을 마련하는 뜻깊은 기회였다”고 남겼다.
다만 공동합의문 채택이나 구체적인 합의 사항이 없는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앞으로 있을 후속 협상이나 실무협상에서 국익을 어떻게 지켜낼지가 과제로 남았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과거와 같이 하나가 끝난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계속된 협상 과정에 있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상요율 상한도 1%로 인하
지방자치단체가 소유한 공유재산을 임차해 카페와 식당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임대료 부담이 경기침체 시 최대 80%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유재산 및 물품 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최근 소비 위축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지역경제 회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공유재산 임대료는 ‘재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때’만 인하할 수 있다. 개정안에서는 임대료 인하 요건에 ‘경기침체 등 경제위기 상황’을 추가했다.
이를 적용하면 경기침체 기간 중 공유재산 임대료 인상요율은 기존 5%에서 1%까지 낮아지고, 임대료는 80%까지 경감될 수 있다. 지자체장이 재량으로 공유재산 임대료를 낮췄을 때 우려되는 배임과 특혜 논란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대료 부담 완화 대상을 ‘소상공인기본법’과 ‘중소기업기본법’에 따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업종으로 한정했다.
임대료 경감은 행안부 장관이 경기침체로 소상공인 어려움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시로 임대료 부담 완화 적용기간을 정하면, 지자체장이 공유재산심의회의 심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요율·대상·감면폭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경기침체로 볼 것인지는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장률, 소비, 고용률, 실업률 등 경제지표를 토대로 우선 판단하고 행안부와 후속 절차를 논의하게 된다.
정부는 시행령 개정에 맞춰 ‘소상공인 등에 대한 공유재산 사용 부담 완화 적용 기간에 관한 고시’를 제정해, 올해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소급 적용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으로 지하도상가와 건물 등 지자체가 소유한 공유재산에서 카페와 식당, 편의점 등을 영업하는 소상공인들의 임대료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적용 여부는 연말쯤 경기상황을 보고 판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이 대통령의 방명록 서명용 펜에 ‘관심’…즉석 선물경주 APEC 정상회의 초청에 “완전한 지원 받게 될 것” 화답예상보다 긴 146분 회담·오찬…트럼프 “대단한 협상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취임 후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 25일(현지시간)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하루였다. 회담 직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돌발적인 SNS 글로 긴장감이 고조되며 시작된 회담은 이 대통령의 순발력 있는 대처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서로에 대한 덕담으로 마무리됐다.
회담을 불과 3시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숙청이나 혁명처럼 보인다”며 “우리는 그곳에서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가짜뉴스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있었다. 백악관 요청으로 회담 시간까지 지연되면서 한국 측 불안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당초 예정된 낮 12시를 30여분 넘긴 12시33분 백악관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초조한 표정으로 차량에서 내렸고 마중 나온 트럼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다.
이 대통령이 방명록에 “한·미 동맹의 황금시대 강하고 위대한 미래가 새로 시작됩니다”라고 쓴 뒤부터 얼어 있던 분위기는 서서히 녹기 시작했다. “영어와 한국어 중 어느 언어가 정확하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며 대화를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대통령이 서명할 때 사용한 대통령실 제작 펜을 보면서 “두께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며 관심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갈 거냐”라고 묻자, 이 대통령은 즉석에서 선물로 증정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께서 하시는 아주 어려운 그 사인에 유용할 것”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감사를 표하며 “가시기 전에 선물을 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받고 싶은 선물이 있다”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받은 선물을 봤는데, 사진첩이더라”라고 말했다.
백악관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서 시작된 회담은 생중계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피스 메이커 역할이 정말로 눈에 띈다” “실제로 성과를 낸 경우는 처음”이라는 등 한껏 치켜세웠다. 기자들의 질의가 이어지며 30분으로 예상했던 공개 회담 시간은 53분간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 글에 대한 기자 질의가 나오자 “정보기관으로부터 교회 습격에 대한 보고를 들었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친위 쿠데타로 인한 혼란이 극복된 지 얼마 안 된 상태고 특검에 의해서 사실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저의 통제하에 있지 않지만 검사들이 하는 일은 팩트체크”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미군을 직접 수사한 게 아니라 그 부대 안에 있는 한국군 통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했나를 확인한 것 같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비공개로 전환한 후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열린 확대회담과 오찬은 화기애애해진 분위기를 끌어올린 시간이었다. 이 대통령은 오는 10월 열리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초청 의사를 전하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권했다.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친밀감을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위대한 사람이고 위대한 지도자”라고 이 대통령을 극찬한 뒤 “난 언제나 당신과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써 전달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 대통령을 향해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과거 암살 위협으로 목숨을 잃을 뻔했다”며 “우리 둘은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여자 프로선수들의 골프 실력이 왜 좋은지” 물었고, 이 대통령은 “손재주가 좋은 민족적 특성과 연관 있는 듯하다”고 답했다.
예정보다 길게 진행된 오찬을 마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대단한 진전, 대단한 사람들, 대단한 협상이었다”며 이 대통령과 기분 좋게 인사를 나눴다. 146분의 정상회담과 오찬을 마친 이 대통령의 손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피습 당시 사진이 담긴 책자가 들려 있었다. 이 대통령이 받고 싶은 선물이라고 말한 사진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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